『저도, 책 같은 걸 만드는데요』
저자: 김종완, 김봉철, 김현경
출판사: 독립출판
구매: 이후북스(Afterbooks)
기분: 설렘
이 글은 내가 이 블로그에 쓰는 첫 서평이자, 내 생에 있어서 처음으로 읽은, 완독한 독립출판 서적에 대한 서평이다. 그래서 내 생각에는 독립출판물을 처음 읽은 그 느낌이라던지 읽게 된 경위라던지 이러저러한 잡담들이 많이 첨가(?)될 예정이다. 사실 상 누군가가 읽기를 바라며 쓰는 서평이라기보다는 나 혼자서 중얼중얼 거리는 느낌으로 되짚어가는 글이다보니 두서없는 내용이 콕콕 들어가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렇게 쓰는 편이 좀 더 진솔하게 얘기를 다 담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바람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럼 어떻게 얻게 되었는지 부터 얘기해보자.
오늘이 9월 24일이고, 책을 산 날짜가 9월 16일이니 다 읽은지는 조금 걸린 편이다. - 물론 바로 읽은 게 아니라 읽던 책을 읽은 후에 시작해서 실제로 읽는데 걸린 시간은 더 짧을 것이다. - 그날, 그러니까 16일은 광주에서 서울로 올라온 첫 날이었다. 대학에서 이런 저런 서류 작업을 끝마치고 혼자 공부에 몰두해 있었는데, 마침 필요한 물건도 있겠다 16일에 IF2017 이라는 행사 - 스타트업을 모아놓은 행사 같은 것이었다. - 를 진행하길래 재빨리 올라오게 되었다. 그 때 행사에는 N이라는 친구와 함께 가게 되었었는데, 그 친구는 행사도 행사지만 근처에 있는 독립서점에 관심이 많아보였다. 해가 중천에 떴을 때 행사를 대충 흘겨보고는 N을 따라서 '이후북스' 라는 서점에 가게 되었는데, 아마 내 기억에는 내가 방문한 첫 번째 독립서점이었다. 아기자기하고 포근한 느낌의 서점에는 일반적인 대중서점들과 다른 느낌의 책들이 많이 쌓여져있었다. 요즈음의 책들은 뭐라고 해야할까, 표지만 보면 대충 느낌이 오는, 그런 부류의 것들이 많았는데, 이곳에 있는 책들은 펼쳐보기 전까지는 무슨 내용이 튀어나올지 모르겠을 뿐더러 내용조차도 가끔 당황스럽게 만드는 점이 없지 않았다. 그 고유의 느낌이 처음 갔을 때는 잘 적응되지 않았었다. 무슨 책을 살지도, 어디를 봐야할지도 감이 오지를 않아 속으로 적지 않게 당황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눈에 들어온 것이 이 책, 『저도, 책 같은 걸 만드는데요』였다. 덕분에 나는 우왕좌왕하고 쑥스러워하다가 이 책과 함께 다른 책 한 권을 더 집어들고 계산을 하고 서점 밖으로 도망치듯 나왔다. 다음엔 그러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요새의 나는 책을 만드는 일, 정확히 말하자면 독립 문예지를 만들어 보는 일에 굉장히 신경을 많이 쏟고 있는데, (사실 이런 저런 사정 때문에 문예지는 미루고 다른 일을 하고 있다.) 이 책의 표지와 제목은 내 눈에는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였다. 약간은 자신없는 듯 그럼에도 자신은 책을 만들고 있다는 사실에 대한 조금의 자부심이라고 해야할까. 나에게는 오묘한 느낌을 주는 제목임에 틀림없었다. 그리고 부드러운 느낌의 표지 디자인. 책을 살 때 표지를 제일 많이 보는 나로써는 꽤나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책을 다 읽고 난 지금도 스스로 잘 골랐다는 생각이 든다.
책에는 세 명의 제작자들이 독립 출판을 하면서 책방에 들려서 어떤 얘기를 하고 어떤 일들을 겪었는지 수기 형식으로 써있었다. 그들이 갔던 책방 중 인상 깊고 기억에 남는 이야기들이 실려있는데, 그곳이 어느 곳인지는 명확하게 적혀있지 않은 경우가 많다. 대부분 에둘러서 언급하고 있고 책 서두에는 독자들이 직접 알아내었으면 한다는데, 나는 독립서점을 다닌 적이 있어야 말이지. 물론 그렇다고 에이, 모르겠다며 던져버릴 것은 아니지만 말이다. 이 책을 읽으면서 돌아다니는 와중에 이미 독립출판물에 대한 매력을 충분히 느껴버렸기 때문에 기를 써서 어딘지 알아내어 다 적어두면 나름 나중에는 뿌듯하지 않을까 싶다. 과연 다 갈 수 있을까 싶긴 하지만.
서평을 쓰겠다 했지만 책의 내용을 콕 짚어서 여긴 이렇다 저긴 저렇다 얘기하고 싶은 기분은 별로 들지 않는다. 사실 누군가 이 책은 이렇더라 얘기하기 보다는 책을 들고 천천히 읽으면서 책이 풍기는 분위기 자체를 읽는 게 더 좋을 거라는 생각도 없지 않다. 내용이 좋다. 짜임새가 있다. 이런 평가가 중요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이 책은 제작자들 고유의 느낌을 많이 담고 있는 것 같다. 책을 쓴 세 명의 제작자들이 써놓은 글을 보면 세 명의 문장은 다 나름대로의 특색을 갖추고 있다. 책을 읽다 보면 그 느낌이 정말 많이 와닿게 되는데, 그런 느낌이 책을 읽는 사람을 굉장히 즐겁게 해준다. 비슷하면서도 다른 세 사람이 썼다는 느낌을 받기도 하고, 또 그들 모두 책방에 얼마나 애정이 있는지 서로 다른 시선에서 나타내고 있다.
책방을 바라보는 그들의 시선은 따뜻하고 애정이 담겨있어서 읽는 나도 가본 적 없는 그 책방에 호감이 마구 솟아나는 느낌이었다. 그래서 더 찾아가보고 싶은 것이고. 제작자와 책방지기들이 나누는 대화는 어딘가 모르게 귀여운 부분이 있어서 보면서 계속 배시시 웃게 된다. 모르겠다. 정확히 어느 부분이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그냥 그렇더라. 책을 진득하게 앉아서 본 것이 아니라 지하철 같은 교통수단을 타고 다니면서 읽은 것인데, 지금 생각해보면 그렇게 사람들이 많은 곳에서 혼자 책을 읽으면서 실실 웃고 있을 내 모습을 생각하니 옆 사람들이 어지간히 이상하게 봤을 것 같긴 하다. 뭐 책만 재밌으면 됐지. 하여튼 책을 다 읽고 나니 지금 하고 있는 일들을 꼭 해봤으면 싶기도 하고, 과연 잘 될까 싶기도 하고 고민도 많고 걱정도 많아졌지만 그만큼 생각도 많이 했고 덕분에 독립출판물을 찾아다닌다고 책을 구입하고서 일주일 동안 발발거리며 돌아다녔는데, 더 많이 하고 싶기도 하다.
다 쓰고 다니 서평이 아니라 일기 같이 되었다. 두서 없이 쓸 거랬더니 정말 두서없어졌고. 잡담도 많고. 서평은 안맞는 것 같기도 하다.
어쨌든 잊어버린 거 빼고 할 말은 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