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람을 만드는 사람』
저자: 마윤제
출판사: 특별한서재
구매: 교보문고 강남점
기분: 아리까리
사실 이 책을 이전 서평보다 먼저 썼음에도 불구하고 어떻게 서평을 써야할지 모르겠어서, 또 사실 이걸로 컨텐츠를 만들어야 하는데 아직 머릿 속에서 정리가 되지 않아서 미뤄두고 있었는데, 이대로 미뤄뒀다간 다시 읽어야하는 불상사가 발생할까봐 덜 정리되었더라도 서평을 미리 적어두는게 조금이라도 낫지 않나 싶어서 글을 작성한다. 혹시나 이 글을 다 쓰면 정리가 깔끔하게 되어서 컨텐츠 제작에 조금 더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기대도 없지 않아 있고.
이 책을 처음 본 건 교보문고의 신간 코너에서 였다. 그 때의 나는 새 컨텐츠를 제작할 책을 찾아서 여기저기 알아보고 있었고, 서점에 들리면 신간 코너는 놓치지 않고 찾아가 괜찮은 신간이 어디 없나 꼼꼼하게 들여다보던 때였다. 그 때 이 책의 표지를 보고 어딘가 '파울로 코엘료'의 책 표지에서 오는 느낌을 받았는데, 제목 또한 그러한 느낌을 주고 있어서 뭔가 재미있는 책이 되지 않을까 하는 기대와 함께 책을 집어들었다. 새 컨텐츠를 만들어내겠다는 약간은 사적인 욕심과 함께.
처음 이 책을 펼쳐 들었을 때는 다소 어색함이 많았다. 에스탄시아(라틴 아메리카의 대지주가 소유한 대목장이나 농장)라던가, 고원의 이미지는 나에게는 생소한 편이라 글의 전반적인 분위기가 가깝게 와닿지가 않았었다. 거기에 더해 가우초(대평원에서 유목생활을 하는 목동) 같은 처음보는 용어들을 마주하게 되면서 그동안 내가 책을 많이 안읽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고, 심지어 책을 잘못 고른 것이 아닌가 하는 걱정도 들었다. 그 때문인지 이 책을 처음 읽었을 때는 읽었다 말았다를 반복하기도 했고, 같은 부분을 맴돌며 몇 차례에 걸쳐 읽기도 했었다. 책을 읽는데 걸린 시간 중에 대부분을 앞부분에서 분위기를 받아들이는데, 보냈던 것 같다. 그럼에도 책을 계속 읽었던 것은, 그런 생소한 이미지가 주는 알 수 없는 매력이 있었고, 뒤에서 과연 어떤 이야기를 해나갈까 하는 궁금증도 있었기 때문이다.(물론 컨텐츠를 만들어야한다는 강박도 조금 섞여있었다.)
책의 내용에 대해 간략하게만 말하자면, 이 책은 '네레오 코르소'라는 인물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어려서 아버지의 손에 의해 다른 사람에게 팔려 가우초가 되도록 강요받은 네레오는 낯선 환경에 밤낮 가리지 않고 울다 한 노인에게 바람의 남자 '웨나'에 대해서 듣게 된다. 검은 말을 타고 검고 긴 머리칼을 흩날리며 협곡에 나타나는 그는, 손짓 한 번으로 바람을 만들어내는 신비로운 남자였다. 네레오는 어린 나이에 '웨나'의 이야기에 매료된다. 몇 년이 지나 네레오는 점차 나이를 먹어갔지만 웨나에 대한 동경심은 사라지지 않았고, 여전히 웨나를 실존하는 인물이라고 믿는다. 웨나의 흔적을 찾아 파타고니아를 샅샅이 뒤지던 네레오는 어느 날 밤 한 언덕 위에서 웨나를 마주치게 된다. 네레오는 감동에 휩싸이고 혹시나 웨나가 자신을 눈치챌까 몸을 숙이지만 이미 웨나는 없어지고 난 후였다. 그 뒤로 다시는 파타고니아(네레오가 가우초 일을 하는 지역)에서 웨나를 찾을 수 없었던 네레오는 웨나를 찾기 위해 가우초를 관두고 세상으로 떠난다.
'웨나'라는 인물은 네레오에게 있어서 인생의 강력한 동기이다. 그에게 있어서 웨나는 그 무엇보다도 강력한 표석이다. 이 책에서 표석은 사람마다 인생의 방향을 잡는 하나의 강력한 지표로써 등장을 하는데, 그 지표는 누군가에게는 전설이나 설화일 수 있고, 누군가에게는 종교가 되며 누군가에게는 법으로써 존재한다. 그리고 네레오는 세상을 떠돌며 각기 자신 만의 표석를 가지고 살아가는 수 많은 사람들을 만난다. 때로는 표석을 잃고 방황하는 사람들을 마주하기도 하고, 자신의 표석이 너무나 강력해 네레오의 표석을 무시하고 불쌍히 여기는 사람들도 마주한다. 우리는 네레오의 뒤를 따라 그의 여정을 함께 한다. 그의 믿음은 너무 반짝거리고 숭고해서 나는 그를 보면서 웨나가 실존한다고 믿었다. 그는 자신의 믿음에 한치의 의심이 없었다.
우리는 이 과정에서 수 많은 의문들과 마주친다. 그리고 스스로의 표석을 심판대에 올려놓게 된다. 우리 스스로의 표석은 과연, 믿고 따를만한 것인지 스스로에게 되묻게 된다. 네레오가 스스로를 의심할 때, 읽는 나 또한 수 없이 질문을 했다. 우리가 따라가는 삶의 의미는 무엇일까. 네레오가 표석을 잃었을 때, 스스로의 불확실함은 더 커졌다. 스스로의 표석에 대해서 완벽하게 자부심을 가지고, 믿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과연 몇이나 될까. 과연 그것이 궁극적인 의미로 다가올 수 있는 것일까. 소설은, 네레오는 나에게 그것을 계속 되물어왔다. 책을 읽는 과정에서 네레오와 함께 자연스럽게 삶의 의미를 되새기는 것, 그것만으로 나는 이 책을 읽으면서 풍부한 경험과 생각을 거쳤다는 느낌을 받았다. 그의 여정은 상실과 풍족이 공존하며, 믿음과 불신이 공존한다. 그리고 끝끝내 그는 과연 웨나를 만나게 되는 것인가.
책을 다 읽고 나서, 무언가 확고한 해답을 얻을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세상에 궁극적인 삶의 의미는 과연 존재하는가.
우리는 그 고민을 얻은 것으로 충분하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