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
책과 생활
주소
광주광역시 동구 제봉로 98 (장동, 2층)
종류
독립서점
느낌
복잡한 듯 단정함
"길을 잃었다"
사실 그 날의 첫 번째 목적지는 '파종모종'이라는 서점이었다. 국립아시아문화전당에서 동명로를 따라 북쪽으로 올라가다보면 골목길 안쪽으로 '파종모종'을 찾을 수가 있는데, 내가 갔을 때는 이전 준비 때문에 문을 닫은 상태였다. 책방이 닫은 상태라 주위로 아무런 분위기가 느껴지지 않아서 찾는 것도 오래 걸렸지만, 닫은 걸 확인하자 기운이 빠지는 건 어쩔 수 없었다. 미리 좀 더 알아보고 왔어야 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 뒤로 두 번째로 가려던 목적지인 '책과 생활'로 향하게 되었다. 다시 장동 교차로를 향하여 남쪽으로 내려갔고, 교차로에서 제봉로를 따라, 오른 편에 문화전당을 두고 길을 따라 갔다. 문제는 이 날, 내 핸드폰의 상태였다. 마침 아침에 데이터가 바닥이 나 지도를 볼 수 없는 상황이었다. 나는 미리 봤던 지도에서 책방이 도로변에 있었기 때문에, 길을 따라가면 어련히 보이겠거니, 하고 생각을 했지만, 그렇게 쉬운 일이 아니었다. 건물을 살피며 걷다보니 길이 끝나고 또 다른 교차로가 나타났다. 나는 이 때부터 뭔가 잘못됐다고 생각했다.
지도가 없으니 나는 그저 다시 걸어 올라가는 수 밖에 없었고, 혹시 내가 골목에 있던 것을 도로변으로 잘못 봤나 싶어 주변 골목도 돌아다녀봤지만 책방은 찾을 수 없었다. 한참동안 길 위를 헤매다가 다시 한 번 골목을 살펴보러 걸어 들어가던 중이었다. 무언가를 본 것 같아서 뒤를 돌아 보았을 때, 나는 그제서야 책과 생활의 표지판을 볼 수 있었다. 그리고 내가 서점이 2층이라는 사실을 모르고 있었다는 것을 깨달았다.
책방의 입구는 '누리꽃방'과 같은 건물의 1층에 있는데,
'광주영상복합문화관' 왼편 골목길로 들어가다보면 찾을 수 있다.
"책방으로 들어서다"
책방 안은 그리 밝지 않았다. 마냥 어둡다기보다는 딱 책을 읽기 좋은, 과하지 않은 어두움이었다. 창문에 쳐진 블라인드가 책방 안으로 들어오는 햇빛을 막아주었고, 천장의 전구들은 적절한 밝기를 유지해주고 있었다. 살짝 올라간 블라인드의 밑으로 햇빛이 책 위로 쏟아져 내렸는데, 그 모습을 놓치기 아쉬워 사진으로 담아놓았다. '책과 생활'에는 많은 책들이 있었다. 꽤나 높은 책꽂이까지 책으로 가득 채워져 있었는데, 마치 책들이 나를 둘러싸고 있는 느낌, 감싸주고 있는 느낌을 받았다. 사장님은 책이 점점 늘어나 공간이 모자라졌다고 하시면서, 좀 더 넓은 공간으로 이전하려고 생각중이시라 말씀하셨다.
책방에서는 다양한 책들을 볼 수 있었는데, 그렇다고 중구난방 식이 아니라, 사장님의 취향에 맞게, 그리고 그 사이에서도 비슷한 책들끼리 옹기종기 모여앉아 있었다. 가만히 서서 정리되어 있는 책들을 하나 하나 보고 있자면 그 복잡함 속에 미묘한 질서가 느껴졌다. 사장님께서는 그리 잘 정리되어 있지 않다고 하셨지만, 나에게는 그렇지 않았다. 책방을 한 바퀴 돌고나서는 어디에서 무슨 책을 찾을 수 있을지 느낌으로 알 수 있었으니까.
책은 종류도, 모양도, 장르도 다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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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방은 심플했지만, 그 속에는 소소한 아름다움이 가득 들어있었다.
"책방을 나서다"
책이 많아서 책을 고르는 데에만 한 시간 정도가 걸렸다. 물론 모두 본 건 아니었지만 그렇다해도 한 시간 동안 본다는 건 그리 짧은 시간은 아니다. 내가 골라 든 책은 '쥘 베른'의 『녹색 광선』, '이원석'의 『서평 쓰는 법』, '데이먼 나이트'의 『단편 소설 쓰기의 모든 것』이었다. 대충 방향성이 보일 것 같다. 서평을 계속 쓰면서 제대로 된 서평을 쓰는 법에 조금 신경이 쓰이기 시작해서 책을 골라들었다. 단편 소설 같은 경우에도, 요새 단편을 쓰려고는 하는데, 영 손이 가지를 않아 좀 나아졌으면 하는 바람이 어느 정도 들어있다. 오늘의 책방도 유랑하기 좋았다.
2017. 09. 28 여름처럼 더운 가을